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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강>H사 종합샘플북 <종이가방> 프로토타입 제작기

INTRO

A 디자인 회사의 횡포!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H사 종합 샘플북 <종이가방> *프로토타입 제작기


A사가 디자인하고 <충무로 교수>가 제작을 담당한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그중 가장 힘들었던 것이 종이로 가방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불가능해 보일 수 있지만 디자이너의 상상 속 물건을 실체로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제작자의 의무이자 <충무로 교수>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이번 <충무로 교수>는 종이를 이용해 가방을 만드는, 눈물겹도록 험난한 H사 종합 샘플북 <종이가방> 프로토타입 전 과정을 살펴보겠다.

나를 충무로 교수로 믿고 따르도록!

 

종이가방 제작 순서

1. 기획 및 아이디어 회의

어떤 상품을 만들기 전에 필수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로 기획 및 아이디어 회의 과정이다. 기획에서 콘셉트가 잡히면 여러 아이디어들 중에 가장 타당성 높은 것들이 선택된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제작자가 참석할 경우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제작자를 반드시 참석시키자. (디자인하시는 분들 제발)

 

2. 디자인 및 설계도 제작

아이디어 스케치를 통해 어느 정도 형태가 나왔다면, 이제 디자인 및 설계도를 제작할 차례다. 설계도를 제작할 때는 프로그램에서 모든 것을 하려고 하지 말고, 중간중간 샘플을 인쇄 해 직접 만들어 보는 것이 좋다. 디자인 최종 단계에서는 제작자에게 설계도를 전달해 이상이 없는지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인쇄는 평면이고, 종이가방은 입체이기 때문에 실제 제작 시 크고 작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3. 인쇄 및 제작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지기→인쇄→싸바리→후가공] 순으로 제작에 들어간다.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리고 <충무로 교수>를 통해 꼭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흔히 사람들이 기계로 제작하겠거니 하고 추측하는 수많은 인쇄물들, 이를 테면 종이봉투, 쇼핑백, 화장품 케이스 같은 것들이 실제로는 모두 사람 손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정말이다)

 

*프로토타입 (Prototype)
어떤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전에 원형을 만들어 보는 것을 말한다. 프로토타입은 리스크와 원가를 분석하고, 개발자와 제작자, 사용자 간의 의사소통의 도구로 사용된다. 인쇄에서는 책자가 많아 가제본, 샘플, 더미북이란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한다.

 

1. 지기 만들기

 

 

설계도의 치수들을 확인하고, 종이가방의 빼대에 해당하는 지기(바구니 형태의 박스)를 제작합니다. 이 작업을 위해, <충무로 교수>는 특별히 W사 2,000g 드라이 보드 합지를 지방에서 화물로 공수해 왔습니다. (보고 있나요? A사) 형태를 고정하기 위해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박스 테이프를 사용했으니, 저게 뭐지 하며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맙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합지의 두께입니다. 400*300 지기를 만들 경우, 합지의 두께가 3mm라면 실제 가방의 내경은 사방 3mm를 뺀 사이즈가 됩니다. 만약 내경 사이즈가 400*300인 사이즈를 원한다면, 그만큼 합지의 두께를 감안하여 제작해야 합니다.

 

2. 덮개 만들기

 

 

종이가방이니 당연히 덮개가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덮개만 사용하면 내구성이 약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다소 까다롭기는 하지만, 내구성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바구니의 전체를 감싸는 형태로 제작했습니다. 임시 고정을 위해 흔히 볼 수 있는 스카치테이프를 사용했습니다. 도대체 뭘로 한 거지 고민하지 말아 주세요.

 

3. 손잡이 타공

 

 

내구성 다음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손잡이입니다. 이것 역시 무수히 많은 손잡이들 중 디자인 콘셉트와 맞는 튼튼한 손잡이를 공수해 왔습니다. (듣고 있나요? A사) 문제는 동그란 모양의 손잡이가 나올 수 있는 타원형 타공과 손잡이를 고정하는 타공인데, 이것은 <충무로 교수>가 장인의 손길로 직접 망치를 부여잡고 한 땀 한 땀 내려쳐 타공 하고 고정했습니다. 물론 타공은 대량 생산 시 <제1강>에서도 소개한 바 있는 도무송(톰슨) 작업을 하면 간단하지만, 지금은 한 개가 필요한 상황이니 장인 정신을 발휘해 보았습니다.

 

*패키지 디자인 (Package Design)

제품을 담는 용기 또는 제품을 싸는 구조나 포장의 시각적 디자인을 비롯하여 이를 위한 주변의 모든 분야를 말한다.

 

4. 치수 확인 및 인쇄 제작

 

 

종이가방에 화장을 해줄 차례입니다. 그전에 치수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디자인한 설계도와 오차가 없는지 체크하고, 인쇄를 시작합니다. 합지에 인쇄지를 붙이는 작업은 원래 *싸바리가 원칙이지만, 작업을 간소화하기 위해 접착 스프레이와 양면테이프로 작업했습니다. 프로토타입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디자인한 파일과 실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치수 오류가 일어날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싸바리
하드커버를 말하며, 충무로에서는 싸바리라는 말을 가장 많이 사용한다. 합지에 표지를 둘러 씌우고, 안쪽에는 면지를 붙이는 방식이다. 하드 커버 양장 표지, 탁상 캘린더 지지대, 싸바리 바인더, 싸바리 박스 등이 있다.

 

5. 장식 후가공 및 완성

 

 

인쇄 후 접착이 끝나고, 마무리로 포인트가 될 장식 후가공 작업을 할 차례입니다. 아일렛(원형 크롬 장식)은 암수로 돼 있고, 이것 역시 망치로 일일이 때려야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덮개 부분은 자석으로 돼 있어 쉽게 가방을 열고 닫을 수 있습니다. 이제 모든 작업이 완성되었습니다. 하지만 충무로 교수는 원형 크롬 장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A사와 의논해 다시 장식 작업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원형 크롬 장식 전체를 모두 제거하고 *TR로 다시 작업한 종이가방 완성품입니다. 총 8시간이나 소요된 고된 작업이었습니다.

 

*TR

바인더 장식(바인더 O링, D링, 사다리 등)을 고정하는 원형 금속을 말한다.

 

수업을 마치며

어떻게 보면 “정말 고생했으니, A사여! 좀 알아달라!”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그 보다는 디자이너와 제작자들이 ‘이래서 프로토타입이 중요하구나’ 하는 것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프로젝트라는 큰 테두리 안에서 ‘디자인과 제작은 서로 다른 공정이 아니라 같은 공정이며, 서로 돕고 *상리공생 해야 만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기억 해주세요. 이번 강의를 하면서 충무로에서 고생하는 모든 임가공 분들의 노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음 <충무로 교수>에서는 ‘모든 인쇄물은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내용으로 강의를 해 보고 싶군요.

 

*상리공생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공생의 한 양식이며, 충무로 일대 을지로, 초동, 인현동 인쇄 골목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인쇄과정을 상리공생이라고 생각 합니다.

그리고 그분에게 바치는 오마주입니다.